제목 : 게이머들이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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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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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관
0. 게임 안 함
게임에 아-예 관심 없음. 흔한 탕탕특공대같은 모바일 게임조차 잘 하지 않는다.
게임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호불호조차 없다.
모임에서 게임 가지고 사람들이 막 이야기하면 짤의 표정이 되어버린다.
어릴 때 게임 외 자기 취미가 생기거나 사교활동에 매진하여 게임에 연이 닿지 않으면 이대로 쭉 20대까지 보낼 수도 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다수가 그랬지만, 스타크래프트 열풍과 PC방 문화로 인해 게임이 대중화되면서
이제는 대부분 주변 지인의 추천이나 단순 호기심 등으로 게임 한두 가지를 플레이하게 되는 편이다.
1. 라이트 게이머
어떤 계기로 특정 게임을 접한 후 흥미가 생겼거나, 사교관계를 위하여 지속하는 단계.
롤피던메오발로같은 유명한 메이저 멀티플레이 게임이나 유튜버를 통해 접하기 쉬운 마인크래프트,
혹은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브롤스타즈 등의 모바일 게임 위주로 플레이하는 단계다.
지인이나 뭐 누가 게임 한다 그러면 당연히 그런 게임인 줄 아는데, 스몰톡 와중에 무슨 게임 하냐고 물었을 시
상대방이 림월드요, 엘든링이요, 스파6요 이런 대답을 하면 '뭐지..? 그런 것도 게임인가?' 하고 당황한다.
당연히 이는 상대방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진짜 게임이라고 하면 으레 다들 하던 것 것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보통 게임 한다고 하면 9할이 이 정도 선에서 머무르고, 빡세게 하냐 천천히 하냐 차이만 나는 정도다.
여기서 이제 같은 게이머 지인이나 공략 찾으러 검색 때리다 잠깐 들어갔던 커뮤니티, 유튜브 영상 알고리즘 등으로
스팀 게임/콘솔 게임을 알게 되고, 한번 해볼까? 하고 콘솔을 구입하거나 스팀을 설치하는 순간 게임이 취미가 되기 시작한다.
콘솔을 사거나 스팀을 시작해서 추천 받은 게임 슬쩍 몇 개 해보고 재미를 느낀 상태다.
이 단계를 거치며 특정 게임이 아닌 게임 그 자체를 선호하는 것으로 취미가 확고해지고
(로아가 재밌어서 로아 함 -> 게임 좋아하는데 요즘엔 로아함)
사교활동 또는 단순 스트레스 해소 등 어떤 수단으로 생각하던 게임이 내 시간을 투자해서 오롯이 즐기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그냥 공원같은데 가서 친구들과 공 차면서 놀다가, 맛들려서 조축팀에 들어가 정기적으로 뛰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게임 경험이 적기 때문에 플레이 도중 막히는 경우가 많으며, 유튜브를 뒤지다가 디시, 펨코, 인벤, 루리웹 등
안 가던 게임 커뮤니티도 처음 기웃기웃하고 인싸일 경우 오픈톡방/디스코드를 들어가서 활동하기도 한다.
이때가 게이머 인생에서 가장 행복할 시기인데
각 플랫폼의 삼대장급 초갓겜부터 해볼 때이자 게임뇌가 가장 신선할 시기라서 그렇다.
나 정도면 어지간히 겜 할만큼 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직 애매한, 질풍노도의 시기.
스팀 게임으로 치면 라이브러리 100개선을 갓 뚫은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일단 덮어놓고 추천되는 대표작 10선 정도는 진작에 골라서 다 했고, 이제 비슷한 것을 찾기 시작하는데
재미있었던 경험과, 재미없었던 경험이 충분히 쌓여있으므로 게임을 대하는 자기만의 주관과 취향이 생겨나서
타인의 추천을 믿기 보다는 참고만 하고 자기가 직접 고르는 일이 많아진다.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거나 자신의 감상을 공유하기 위해 게임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댓글을 달거나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자기가 해본 갓겜 말고는 다 똥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갇히기 쉽고, 나름 쌓인 게임 플레이타임이 자부심까지 채워주기 때문에
우매함의 봉우리에 취해 과격한 표현이나 실언으로 어그로를 끌거나 키배를 뜨는게 가장 활발한 시기라 할 수 있다.
4. 겜창
스팀으로 치자면 라이브러리 400개 선을 뚫은 자, 하우롱투비트, 스팀DB 등의 외부 서비스까지 적극 활용하는 단계이자
게이밍 PC와 1개 이상의 콘솔을 보유하여 희대의 병자마굴인 루리웹 정게에서도 그를 긁을 수 없는 단계라 할 수 있다.
게임을 이만큼 했으면 여유가 생길 것 같지만, 사실 나이를 먹으면서 열정도 예전 같진 않아지고
이제껏 해왔던 수많은 갓겜과 취향저격게임이 거꾸로 재미의 역치를 잔뜩 올려버려서
오히려 만성적 불만감의 늪에 빠지는 시기라 할 수 있다.
그것을 재현해줄 환상속의 갓겜을 엑조디아마냥 조립해서 머릿속에서 그려나가기 시작하지만
오히려 그 머릿속 갓겜 때문에 게임을 해도 해도 자꾸 부족한 것만 눈에 들어와서 성에 차지 않는다.
결국 그 환상의 갓겜이 저 너머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절박한 믿음,
혹은 저 깊은 곳에서 스며오는 불만감을 견디지 못해 이겜 저겜 닥치는대로 플레이하고
세일을 노리고 번들을 쓸어담으면서 플랫폼 무관 라이브러리가 마구마구 불어나기 시작하지만
결국 잠깐의 충족감 정도만을 느낄 뿐,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만감 때문에 기껏 산 게임 채 몇 시간 하지 않고
다음 날, 다음 주가 되면 어느새 새 게임을 찾아 상점을 뒤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4에서 불만족이 지속되어 포기 단계가 되었거나 나이가 더 들어서 게임에 투자할 기력이 없어진 상태.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주로 인방 유튜브 시청, 커뮤니티 눈팅이고 진짜 취향맞는 게임 한두 개만 직접 플레이하는 형태가 된다.
가령 3~4의 경우 관심있던 신작이 나오면 스포당할까봐 인방을 오히려 안 보는 편인데
이들은 가장 선호하는 스트리머가 그 신작을 해 주기를 바란다.
물론 현생이 너무 바쁜 사람들은 3~4를 즐길 여유도 없이 2에서, 심하면 1에서 5로 메가진화를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계속 플레이해야 하는 온라인 게임들은 지금까지 해오던 거 아니면 힘들고 피곤해서 거의 접는 시기이고
해오던 것들도 장수하는 게임 아니면 이미 한참전에 섭종하고 없어서 추억팔이나 하는 정도다.
이미 사놓은 게임도 많고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서 게임 구매빈도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한다.
커뮤니티에서는 호전성이 줄어들어서 싸우는 경우도 없고
시비를 걸어도 대응하는게 더 피곤하니까 물러나기만 하여 존재감이 없어진다.
그래서 주로 뒤늦게 명작을 접한 2가 쓰는 질문글들에만 홀연히 나타나 답을 주는 요정같은 존재가 되곤 한다.
이미 이들에겐 게임의 품질이나 기획의도, 세간의 평가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구매한 게임이 똥겜이면 그걸로 똥술을 빚는 자들이 바로 이들이다.
종이 한 장 차이로 초고수와 광인으로 나뉘며 게이머가 언제, 어떤 이유로 이렇게 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예전에는 그저 동네 광인에 불과했지만 유튜브와 인방, 그리고 e스포츠 시장이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